가을비가 어서 떠나라고 단풍을 재촉 합니다.
안 그래도 하룻밤이 멀다하고 우수수 ‘추풍낙엽’인데 잦은 비에 익을 사이도 없이 떨어집니다.
연 3주째 주말마다 비오는 날입니다. 기온은 또 뭐가 뒤틀렸는지 가을과 여름, 봄을 섞어 놓은 듯합니다.
인터넷을 달구는 단풍은 구경도 못했는데 짓궂은 비가 다 거둬가고 있습니다.
운문사 은행나무를 보러 갔습니다. 간밤의 비에 다 떨어져 내렸을 거라는 것을 짐작했습니다.
해서 고즈넉한 산사 마당을 물들인 은행잎을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은행잎은 그 보다도 더 일찍 떨어졌는지
제색을 잃고 짓밟혀 버린 뒤였습니다.
내일이 벌써 입동인데 겨울은커녕 풀리는 봄 날씨 같습니다.
그러나 순리든 역행이든 자연의 변화에 우리의 삶도 맞춰가야겠지요.
이 가을이 가고 매서운 추위라야만 나무들도 동면에 들것입니다.
또한 여린 나뭇가지 끝마다 작은 싹을 품을 것입니다.
떠나려는 가을을 잡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운해와 어우러진 '운문사의 추경' 욕심에 한달음에 달려간 북대암이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모두가 편안하리라" 북대암 극락교를 지나면서 문득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사진 한 장 때문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지! 하여 내려오는 발걸음이 깃털 같았습니다.
운문사 담장을 둘러싼 은행나무잎은 죄다 떨어져 제 빛을 잃고 있었습니다.
운문산을 오르내리는 구름을 쫓아 북대암으로 올라가서 바라본 운문사 전경입니다.
학인스님들이 거처하는 절 마당 가운데 있는 은행나무도 앙상한 가지만 보입니다.
절 주변의 왕벚나무와 잡목들도 잎을 떨구고 있었습니다.
운해가 운문사를 뒤덮고 있는 모습입니다.
5초만 먼저 셔터를 끊었더라면.....
북대암에 도착해서 촬영한 첫 컷입니다. 북대암 마당에 도착하자 좌측으로 운해가 들어 오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마당에선 나무에 가려서
급히 뒷 산으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안개는 운문사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북대암 뒤 바위위에 올라 담은 운문사와 주변 들의 모습입니다.
다시 한번 운해가 내려 오길 기대하며, 힘들여 30여 분 된비알을 올랐으나 운해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운문사 경내로 내려와 왕벚나무의 단풍을 담았습니다.
나무의 일부분으로 남아 있는 단풍이나 떨어져 바닥에 누운 단풍이나 곱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이른 아침 아직 밟지 않은 탓에 하나하나 살아 있는 듯 합니다.
만세루 앞의 모과나무가 잎과 열매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란빛으로 익었습니다.
운문사 경내에서 두품종이 한 나무인 단풍나무를 만났습니다.
몸통은 공작단풍이고 머리는 청단풍입니다. 빨간 공작깃털에 노랑 머리를 한 공작을 상상해야 할까요?
돌연변이라면 정말 특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스님, 종무소의 스님께 물어 보았지만 그런 나무가 있는 것 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절 입구 관광안내소의 관계자에게 물었으나 역시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알아봐 달라고 연락처를 주고 왔습니다.
연락이 왔는데 '접목'이랍니다. 공작단풍에 청단풍을 접목한 것이랍니다. 안내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왕벚나무 단풍이 정말 알맞게 잘 익었습니다.
덕분에 대웅보전 단청도 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앙상한 가지에 홍시만 달려 있습니다. 감나무 아래에는 홍시가 떨어져 많이 터져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군침을 흘리더군요.
멀리 바위벼랑 아래로 보이는 암자가 북대암입니다.
운문사의 명물 '처진소나무'도 가을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묵은 잎은 떨어지고 새잎만 달고 겨울을 날 것입니다.
이렇듯 나무는 제 살 일부를 버려서 양분을 얻습니다. 인간은 저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북대암 뒤 바위벼랑 중턱까지 올라가서 운문사와 그 주변을 파노라마(6컷 이어붙임)로 담은 영상입니다.
2011. 11. 5. 운문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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