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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가 남겨준 풍경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11. 6.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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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은 북상하는 태풍 '메아리'와 함께 했다.

      서해 바다로 지나간 태풍 메아리는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다행히 우려하던 만큼 큰 피해를 주지 않아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주말을 이용해 대전 처가를 다녀 오면서 폭우와 거센 바람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도로변과 하천, 벼논은 물에 잠기고 비닐하우스는 바람에 할퀴어 보기가 안타까웠다.

      그러나 시시때때 변화 무쌍히 그려내는 높은 산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장막처럼 둘러쳐 있던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허리에 하얀 구름을 걸친 산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 폭의 수묵화를 동영상으로 감상하는 듯 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6/25(토) 대전으로 가던 중 덕유산에 걸린 하얀 구름을 파노라마로 담은 모습.

 

      통영-대전간 고속도로 덕유산 IC로 나와 국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구름이 급변해서 한동안 머물면서 여러장을 담았는데 이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이곳에서 무주리조트까지는 승용차로 20여분이면 닿을 수 있어서 한달음에 달려 갔다.

      내친 김에 덕유산으로 가볼 요량이었다. 덕유산 설천하우스까지 운행하는 곤도라가 요즘도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덕유산 정상에서 운해를 맛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달렸다.

      그러나 오전까지 운행하던 곤도라는 기상 악화로 중단하고 하산하는 승객만 내려놓으며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구름은 산허리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데 오를 수는 없고, 정말 아쉬웠다.

      흩뿌리는 비속이지만 초원의 스키장은 인적까지 드물어 쓸쓸했다.

      기상악화는 핑계고 승객이 없어 곤도라 운행을 중단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나무의자에 앉아 비상식량으로 사왔던 찹쌀떡을 꾸역꾸역 목으로 넘기며 찬 커피 캔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고속도로에 오르자 비는 다시 양동이로 퍼붓는 듯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에 달하고 있었다.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어 처가에 당도했다.  

 

 

     

 

 

 

      6/26(일) 경부고속국도 경주 IC로 나와 국도변에서 바라본 구름에 묻힌 경주 남산과 물에 잠긴 들녘.

 

      평소 고향(상주)이나 처가(대전)를 다녀 올 때는 지름길인 신대구부산 고속국도를 주로 이용했는데 이번엔 일부러 그 길을 피해 다녔다.

      다소 둘러 가지만 악천후에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낼 것 같은 장소를 경유하는 길을 택했다.

      지리산을 끼고 달리는 중부고속국도(통영-대전간)와 경주와 영남알프스가 보이는 경부고속국도(부산-경주간)가 그곳이다.

 

      내려오는 일요일(26일) 경주 삼릉의 칼국수나 먹고 가자며 둘러 오는데 마침 구름이 남산을 치마처럼 드리우고 있다.

      밤새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삼릉앞 뜰의 벼논이 저수지처럼 곳곳이 침수돼 있어서 안타까웠다.

      경주 남산은 하얀 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한데 평야는 태풍이 남긴 상처가 깊었다.  

 

 

      구름이 내려와 삼릉 숲을 덮으면 분위기 좋은 소나무 숲 사진이 될 것 같은데....

      한무리의 백로때가 삼릉 숲에서 날아 올랐다. 망원렌즈가 없어 아쉬웠다. 

 

 

 

 

 

      삼릉앞의 유명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비우는 사이 안개도 구름도 말끔히 걷힌 경주 삼릉의 소나무 숲이다.

      사시사철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특히 안개가 많은 시기에는 새벽부터 자리다툼이 일어나는 곳이다.

      비에 씻겨 더 짙어진 소나무 색, 더 맑고 청량감 있는 소나무 향을 마음껏 들여 마셨다.

      분위기 있는 사진 한 컷을 담을 욕심으로 고속국도를 벗어나 이곳으로 달려 왔는데 소나무 숲은 그 보다 더 큰 마음의 평화를 안겨 줬다.

      계속된 비에도 개울에 흐르는 물은 맑고 깨끗했다. 마사토로 된 소나무 숲이기 때문이다.

      늘 건천인 삼릉 숲의 흐르는 물을 담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구름은 남산 자락에서 좀처럼 아래로 내려오길 거부했다.

      그 뒤 구름은 남산에서 자취를 감춰 버렸다.

 

 

 

 

 

 

 

 

 

 

 

 

 

 

 

 

 

 

 

 

 

 

 

 

 

 

 

 

2011.  6.  25~26.  덕유산, 경주 남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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