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거부감을 나타낸다.
아이들을 찍을 때나 골목안의 어르신을 담을 때도
일단 그들과 함께 놀며 익숙해 져야 자연스런 사진이 나온다.
숲의 나무를 찍으려면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하듯이
서로의 마음이 녹아들어 경계가 없을 때, 그 순간 셔터를 누른다.
고목이 된 배롱나무 속에서 살아가는 다람쥐와 잠시 놀다 왔습니다.
배롱나무는 아직 움도 트지 않았는데 배롱나무의 몸에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가 주인인양 어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배롱나무의 몸통 속이 다람쥐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땅에 붙어 있는 밑동부터 윗부분의 가지까지 나무속이 터널처럼 뚫려 있었는데
다람쥐 가족이 살아가는 데는 최적의 주거 공간 같았습니다.
처음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 구멍 속으로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 빠끔히 얼굴을 내민 뒤 다시 들어가길 여러 번, 그제야 경계를 풀고 제 할 일을 합니다.
한 쌍이 보였는데 함께 있는 모습은 담지 못했습니다.
300mm 렌즈로 약 6m의 거리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기다림과 이해 속에 한 장의 사진이 나옵니다.
2011. 4. 24. 밀양 표충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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