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동화이야기를 인형으로 꾸며 놓은 동산이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며 기억창고의 낡은 자물쇠가 열리며 동시에 어둠을 밀고 들어오는 아침 햇살처럼 70년대 중,고등 학창시절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기억저편의 아스라한 건물과 음식, 그 시대의 사람들은 세월을 거슬러 그 곳에 있었습니다.
70년대의 거리를 재현한 공간, 콩나물시루 교실, 수없이 드나들던 만화방, 가슴 콩닥이던 못잊을 빵집, 몰래 드나들던 고고장과 영화관...
고고장에선 `Y~M~C~A'가 흐르고 영화관에선 `얄개시대'가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촌스럽게 보이는 하나하나가 내 모습이고 그 모습이 향수가 되어 메마른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관람하는 내내 탄식을 내쏟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이 지긋한 여행객들로 그 시절 추억속으로 젖어 들게 했습니다.
요즘 복고풍의 드라마와 영화가 장년층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듯이 이곳도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로 인기를 끌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재미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들이 격어 보지 못한 시대의 물건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화요일(11/23)까지 2박3일 처가 식구들과 함께 제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희 아이들을 빼곤 모두 초등학생과 중학생인데 이번에 `체험학습계'를 내고 데려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습이 될만한 곳으로 다니다보니 어른들은 다소 밍밍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 선녀와 나무꾼은 어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지요. 물론 아이들은 이곳이 가장 지루한 장소였다는군요.ㅎㅎㅎ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포니.
포니는 포드자동차가 기술이전을 회피해서 현대가 1974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동차다.
가끔 드라마에서나 볼 듯 한데 우리마을엔 아직도 포니가 다닌다.
1970년대 도시의 달동네를 재현해 놓은 미니어쳐. 정교하기 일를대 없다.
그 시대에는 고무신도 떨어지면 깁거나 때워 신었다.
몰래 보던 성인잡지.
학교앞 빵집. 지금도 잊지 못할 그 '못잊을 빵집'.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그 여학생들은 지금 할머니가 되었다.
1972년에 우리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고, 1974년에 우리집에도 미닫이 TV가 들어왔다.
비닐우산, 바람한번 불면 죄다 살이 부러졌는데, 우산살은 방패연 만드는데 딱이었다.
두레박과 양동이, 마을 공동우물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옹기독(버지기, 옹카지)으로 물을 이고 나르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부엌(정지)에는 큰 물 항아리가 있었다.
1974년 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파하면 읍내에 있는 친구 녀석의 자취방에서 많이 즐기던 기타.
벽지가 귀해서 대부분 신문지로 도배를 하던 시절.
시멘트 포대(돌가루종이)로 방바닥을 바르고 콩기름을 올리면 휼륭한 장판이 되었다.
석유곤로, 한봉지에 20원하던 라면을 끓여 먹으면 가장 맞있었다.
라면 한봉지에 국수를 섞어서 여럿이 먹는 맛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송편도 밀가루를 섞어서 만들어 먹었다. 사실이다.
전파사 아저씨는 '미이다스의 손'이었다.
아이스케키... 헌책 팔아서 아이스케키도 사먹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기도 하고...
BOX안의 DJ의 모습이 정말 환상이다. 즐겨 듣던 Y~M~C~A 음악에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저 아줌씨, 오늘 신났다.ㅎㅎㅎ
불과 20년 전만해도 이같은 활자로 책과 신문을 찍었는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터위터,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으로 신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만원'이라는 표어와 포스트를 보고 자라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불임수술을 받으러 단체로 끌려가기도 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 옷차림은 시대상황과 조금 어긋나게 화려한 것 같다.
저희 장모님이 저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못 본것 같은데..... 손녀가 따라해 봅니다. "할머니 왜 이렇게 두드리는 거예요?"
알철모에 대가리 박고, 관물대에 발올리고 깍지끼고 업드려 뻗쳐.
관물대 정리정돈이 저리 엉망이니 기합을 받을 수 밖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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