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삼릉의 소나무를 담기 위해 쫓아다닌 세월이 무수하다.
최근 경주 안강의 흥덕왕릉 소나무를 보고 또 다른 매력에 빠졌다.
삼릉소나무에 비해 키는 작지만 뒤틀린 모양과 제각각의 형태에 반해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리 휘어지고 저리 뒤틀려 있는 모습은 참으로 기묘하기 짝이 없다.
구불구불 수천마리의 이무기가 승천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장삼자락 휘 날리며 너울너울 춤을 추는 광대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 자유분방함. 제멋대로지만 어느 하나 주변 나무와 다툼이나 걸림이 없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더니 천년을 넘게 지켜온 우리 소나무가 눈물나게 정겹다.
신라 흥덕왕과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정화 왕비와 어우러져 춤을 추는 듯한데
나 또한 그 소나무와 아니 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듯 착각이 든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홀로 뻣뻣이 서있기가 미안하다.
안개 자욱하게 이는 날 다시 흥덕왕릉으로 달려 갈 일이다.
신라 42대 흥덕왕(興德王)은 왕위에 오른 뒤 두 달 만에 사랑하는 왕비 장화부인(章和夫人)이 죽는다.
흥덕왕은 다른 왕비를 들이지 않고 오직 장화왕비만을 그리다가 10년 뒤에 죽는다.
장화왕비와 함께 잠들게 해 달라고 유언하여 합장됐다.
그 시대 그 이후의 왕들이 수 십 명의 후궁을 거느린 모습을 수없이 봐온 터라 흥덕왕과 장화부인의 애틋한 사랑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장화왕비가 죽자 신하들은 새 왕비를 맞이해야 한다고 간청을 하자 흥덕왕은 "한 마리의 새도 제 짝을 잃으면 슬퍼하거늘,
어찌 사랑하는 배필을 잃어버리고 차마 다시 장가를 들 수가 있단 말이냐"하면서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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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17. 경주 안강 흥덕왕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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