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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 변산바람꽃 ②

들꽃뫼꽃

by 실암 2009. 2. 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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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부산엔 비가 내렸는데 인근 산에는 눈이 내렸다.
눈 덮인 덕유산 산행까지 취소하고 설중 변산바람꽃을 만났다.
때 아닌 폭설에 먼 산은 희끗희끗, 발걸음을 설레게 했다.
도착한 산은 응달이고 이른 아침이라 음산하고 추웠다.
잠시 동안이지만 추위가 엄습해 손이 아려왔다.
폭설에 꽃은 죄다 묻혀 있고 그나마 고개를 내민 녀석들은 콩나물 대가리처럼
구부러지고 얼어 있다. 손을 대니 가녀린 꽃대가 속절없이 부러져 버린다.
눈이 녹으면서 밤이 되자 얼어 버린 것이다. 얼음꽃이 되었다.
눈 속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웃고 있을 변산바람꽃을 기대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일요일 내린 비로 눈이 다 녹았을 텐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다른 곳에서 본 눈 속의 변산바람꽃이다.
시간이 지체되어 빛이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계속된 가뭄으로 계곡은 말라 있지만 눈 위에 피어 있는 작고 흰 꽃들은 싱그럽다.
꽃만 봐도 좋아서 호들갑을 떨판인데 눈과 어우러진 모습이니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이러한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평생에 두 번 없을 기회인 것 같다.


이른 봄 추위속의 작은 온기를 거두어 땅속을 밀고 올라온 용기에 고맙다.
막상 솟아 올라왔지만 엄동에 눈까지 내리니 그 고난이 얼마나 심했을까.
아무런 불평 없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안쓰럽고 경이롭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코를 박고 눈을 맞췄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다.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으니.... 


이렇게 좋은 기회에 맞춰 시간이 허락해준 행운에 감사한다.
돌아오는 길에도 다음날에도 아니 지금까지도 잔잔한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더니, 카메라가 어찌 되었는지

결과물이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나와서 황당하다. 카메라 안고 끙끙거려 봐야 하나! 끙~

 

2009. 2. 21(토) 경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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