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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써핑보드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09. 1. 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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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신 뒤로는 퇴근하면 무조건 집으로 향한다.
                    함께 저녁 먹고, 즐기지 않는 TV 드라마도 같이 보고, 어머니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말벗이 되어 준다.
                    토, 일요일이면 일상처럼 카메라 메고 나가는 일도 접고, 모범(?) 가장으로 변신하자니 참 어렵다.
                    같이 살지 않았어도 십 수 년 동안 사진밑천으로 들어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아는 어머니다.
                    지금도 머리가 반백인 아들에게 <사진 그만해라, 젊을 때 돈 모아야 한다>며 노래를 부른다.
                    <빨리 망하려면 주식을 하고, 천천히 망하려면 사진을 하라>는 말이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회자 되듯 나 또한 그 말씀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벌써 두주일째 새벽별 바라보며 멀리 있는 연인 생각하듯 멀거니 동쪽하늘만 바라보고 있자니 괴로운 일이다.
                    3주 째 주말이 다가왔다. 금요일 저녁 기상청의 위성사진을 보니 내일 오메가가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다.
                    "두주일 쉬었으니 오늘은 퍼뜩 가까운 송정에 다녀 오꾸마" 아내에게 살짝 귀띔하고 깨금발로 거실을 나섰다.
                    "어디가여, 운동하러 가여?" 
                    "으~ 으응"
                    6시, 컴컴한 거실엔 아들 녀석이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빨줌히 열려있는 문틈으로 어머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흠칫 놀라 뭐라 답변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벌써 기침해 있었다.
                    "아즉 깜깜한데..."
                    "... ..." 
                    어제 저녁에도 런닝만 입고 있던 내 몸을 보며 배가 많이 나왔다고 걱정을 하던 어머니다.
                    "그래, 오늘은 사진도 찍고, 운동도 하고...."
                    오여사를 만날 부푼 꿈을 안고 달리는 기분, 아시는 분은 다 안다.ㅎㅎ
                    비록 잠시 후 그 꿈이 자기만의 짝사랑으로 끝날지라도...

                   

                    오늘도 오여사는 외출 중.
                    `꿩 대신 닭' 보드써핑 타는 모습을 담았다.
                    맨발로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젊음이 부러웠다.
                    차가운 바다에 누워 보드맨은 무슨 생각을 할까. 외로운 물새를 생각할까!
                    보드맨은 거친 파도를 기다리고, 난 꽃단장한 오여사를 기다린 겨울 아침의 바다.

 

분위기는 분명 오메가가 나타날 것 같은 하늘이다.

머리위에는 구름한점 없고 수평선엔 잔잔한 구름이 붉어 온다.

붉은 노을 빛을 받으며 보드써핑하는 젊은이가 파도속으로 자맥질을 한다.

계속되는 실패, 그리고 도전...... 

 

 

 

 

시원히 파도위를 달리는 모습은 끝내 보여 주지 않았다.

파도속을 달리는 것 같은 모습이 잡혔다. 

 

 저 바다에 누워.....

오늘따라 갈매기도 보이지 않고, 그러나 외롭지 않다.

 

다시 도전하고 쓰러지고 잠기고....

파도는 젊은이를 더 강하라고 더 인내하라 가르치듯 거칠게 몰아친다.

 

 

 

 

 

 

 

 

2008. 12. 27  송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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