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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벽화이야기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08. 9. 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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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익숙한 풍경을 만난다.
골목골목 눈 감고도 오르내릴 수 있을 것 같은 정겨움이 묻어나는 동네.
십여 년 전 한창 흑백사진에 빠져 달동네를 찾아다니며 골목탐사(?)를 하던 곳 중의 하나인 속칭 `문현동 안동네' 돌산길(산23-1)을 찾았다.
늘 봐오던 곳,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그 안에서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칙칙한 시멘트벽,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 망자의 유택들...
검고 칙칙한 낡은 시멘트벽은 우울한 분위기를 털어내고 꽃을 피웠다.
최근 골목골목 벽화를 그려 넣어 생동감이 넘치고 주민들의 표정도 밝아진 기분이다.
이방인인 카메라맨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골목의 할머니들은 평상을 내어주며 쉬어가라 한다.
"사진 찍어 가모 돈이 나오나?" 자리를 권한 할머니가 물어온다.
"돈 안 됩니다. 그냥 찍습니더"
"그란데 뭐하로 찍노, 땀 삐질거리 감시로..."
"할머니, 옛날 책들 보면 도포입고 갓 쓰고 상투 튼 사람들 모습 보셨지예? 그때 저 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놔서 볼 수 있는 겁니더,

만약 이 마을이 없어진다캐도 훗날 역사책에 나올 수도 있습니더!"
사실 예전엔 카메라 들고 다니면 곱지 않은 눈치들이었다.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골목까지 흘러나온다.
강아지들도 연신 짖어댄다. 유난히 개들이 많다.
가을이라지만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고 목덜미를 따라 흐르는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흥건하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 산기슭에 판잣집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형성된 곳이다.
경치도 좋고 무엇보다 공기가 맑다. 조금씩만 손을 보면 참 살기 좋은 마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곳도 수년전 재개발 예기가 잠깐 나온 뒤 지금은 잠잠하다.

재개발이 된다 해도 일부 있는 사람들의 차지가 되고 현지 주민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쥐꼬리 보상금으론 평당 수천만원씩하는 분양금을 감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달동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공룡 같은 콘크리트의 거대한 숲이 들어서고 있다.
골목과 소통은 사라지고 수직상승을 바라는 부자의 꿈만 있을 뿐이다.

 

"암만 그렇다 캐도 문디, 베라묵을 것,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
김진완 시인의 <기찬딸>의 한 구절이 입에 맴 돈 하루였다.

 

이 마을엔 요즘 설왕설래 영화 이야기가 화제다.
마을 가운데 영화촬영 세트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대한주택공사 부산시건축사회가 기획하고, 대학생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참여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주택의 벽에 땀과 정성을 그려 넣은 결과다.>

 

 

 

* 영화 세트장 공사가 한장인데, 작업하는 분에게 물으니 영화 제목이 <마더>란다.

   해서 검색을 해보니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로 어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인데 현재 김혜자, 원빈이 주인공으로 케스팅 됐고,

   원빈 아역등 배우들을 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 2008년 8월 30일, 9월 6일, 9월 7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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