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건지? 나를 시험하는 건지!
토. 일요일은 어김없이 흐림 아니면 비오는 날이다. 아쉽다.
금년 들어 주말이면 들꽃을 만나러 가는 날이 많아 졌다.
봄꽃은 보고 또 봐도 왜 이렇게 허기가 지는 건지.
변산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너도바람꽃…, 금주엔 만주바람꽃이 한창이란다.
자생지 정보를 알아 놓으니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주말엔 비소식이다.
금요일 저녁 하늘은 별 혜는 밤이 되지 못하고
토요일 새벽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구름이 짙다.
만주바람꽃은 인연이 안 되려나. 늦은 아침을 먹고 집 뒤의 황령산(475m)을 오른다.
산 아래 숲엔 남산제비꽃과 현호색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꿩 대신 닭이라더니?
엎어져 이들과 눈을 맞추니 `바람꽃만 귀하고 자신들은 귀하지 않냐'며 시위하듯 몸을 흔든다.
가는 빗방울이 앞을 긋는다. 바람도 제법 세차다.
아내는 그만 내려가자며 재촉 하지만 산허리를 애 둘러 해거름에야 내려 왔다.
솜나물을 저 어디쯤에서 본 것 같은데…, 아직 봄꽃에 허기가 진다.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요일 아침까지 내린다.
비가 잦아질 기미가 보이고 산에 갈 준비를 하니, 아내는 “NO”란다.
비도 오고 땅도 진데 왜 가냐고, 혼자 가긴 심심하여 잔 머리를 굴린다.
“만약 땅이 질면 내가 5만원을 주리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5만원을 주겠냐”고 제안하니 “OK”.
비오는 날 당연히 땅이 질건 훤하다는 것. 그렇지만 기분이 좋다. 주머니돈이 쌈지돈 아닌가.
10만원을 거실 카펫 밑에 넣어 놓고 산으로 향한다. 길은 생각보다 좋다.
땅이 지내 안 지내 토닥토닥 말싸움을 하는 맛도 쏠쏠하다.
편백나무 숲, 돌탑공원, 봉수대정상, 물만골 뒷산을 돌아 황령산 체육공원에 이르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었다.
이제 집까지는 20여분의 거리. 아침 먹고 지금까지 쫄쫄 굶었으니 배가 너무 고프다.
미안한 마음에 발길을 서두르는데 쇠뜨기 군락이 발길을 잡는다.
다시 엎어지니 투덜투덜, 궁시렁궁시렁… ㅎㅎㅎㅎ
점심 아닌 저녁 겸 칼국수로 외식을 하고 아내의 예쁜 운동화 한 켤레를 샀다.
집에 들어오니 10만원 중 7만원을 내어준다. 땅도 많이 질지 않고 칼국수도 맛있었다고.
운동화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일까?
오늘은 솜나물, 노랑제비꽃, 쇠뜨기를 새로 만났다.
"천지는 한 뿌리고 만물은 더불어 하나라 했거늘…"
온 우주의 모든 만물이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 솜나물
▲▼ 남산제비꽃
▲▼ 노랑제비꽃
▲▼ 제비꽃
▲ 흰제비꽃
▲▼ 현호색
▲▼ 쇠뜨기
▲ 수양버들 같이 늘어진 벚꽃을 손전화에 담는 아내
* 2008. 3. 29 - 30.
* Nikon D200, 17-55, 105mm
`그냥 놔두라` (0) | 2008.05.22 |
---|---|
문경 봉암사 (0) | 2008.05.14 |
용문사 윤장대의 꽃문 (0) | 2008.02.18 |
송정 연화리 오랑대 (0) | 2008.02.01 |
해운대 송정 연화리 바다 (0) | 2008.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