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가 사는 법
몇백 년을 족히 살았을 나무가 속을 비웠다. 나이테를 채우던 나무가 인고(忍苦)와 재변(災變) 속에서 비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속이 텅 비어 껍질만 남은 고목이 푸른 가지를 달고 있어서 신비롭다. 나무는 늙어 가면서 나이테를 버리고 생과 사의 기억도 잊은 것 같다. 노거수의 안과 밖의 모습은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오롯이 보여준다. 불이(不二), 죽었으되 죽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웅변하는 나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몸소 깨우쳐 주는 것 같다. 2021. 4. 25. 부산진구신문 게재
사진과 雜記
2021. 5. 10.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