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죽었으되 죽지 않았다.
몇 백 년 아니 천년도 더 살았을 나무가 속을 비웠다. 인고 (忍苦)와 재변(災變) 속에서 나이테를 채우던 나무 비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껍질만 남은 고목은 의연하고 푸르다. 늙은 느티나무는 나이테를 버리고 죽음의 기억도 잊었다. 안과 밖,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오롯이 체험하고 있다. 불이(不二), 죽었으되 죽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웅변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공존하는 지혜를 깨우쳐 주는 듯. 2017. 5. 21. 영천 운부암에서
사진과 雜記
2017. 6. 15.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