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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가지산(加智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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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암 2005. 11.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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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서리 맞은 단풍이 2월 꽃보다 붉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주5일 근무 탓에 토요일이면 근교산을 오르는 것이 삶의 새로운 발견이다.

이즈음 아름다운것이 어찌 단풍만이겠는가?

땅위에 널브러져 있는 낙엽의 군상, 보는이 없어도 저혼자 피고지는 작은 들꽃들.

푸른 잉크를 푼듯한 하늘. 느닷없이 닦쳐오는 뿌연 운무까지.

무엇보다 산에서 만나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들이야 말로 아름다운 하나의 자연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했지 않은가!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加智山)-1240m 

 

백두대간 태백산에서 뻗어나온 낙동정맥이 남으로 남으로 향하다 마지막 힘을 모아

솟구친 이곳이 영남알프스 가지산.

1,000m급 산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7개의 산중에서 최고봉인 우두머리 산이다.

가지산 정상에서 조망하는 영남알프스는 잡힐 듯 사방으로 펼쳐진 산릉이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지가 않다. 

가지산은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밀양시, 경상북도 청도군의 경계에 걸쳐있는 산이다.

바위와 육산으로 적당히 혼합된데다가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떡갈나무 등 숲이 울창하여

사계절 어느때나 아름다운 산이다. 

어느 산인들 아름답지 않은 산이 있을까마는!

10여년 전 석남터널 아래 남명교에서 가지산을 오른 기억이 있다.(정상까지 2시간 30여분)

그땐 사진한장 박아 오지 못했다.

 

이날 늦은 아침(10시)에 부산을 출발 석남터널 주차장에 12시에 도착했다.

밀리는 교통때문에 부득이 짧은 산행구간을 택했다.

 

<석남터널 - 중봉 - 정상 - 중봉 - 석남터널>

석남터널 옆으로 난 길로 10여분이면 석남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에 오를 수 있고,

다시 20여분 더가면 석남사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마주친다.

여기서 정상까진 외길이다. 

정상까지 2시간 소요.

 

정상에 오르니 바람과 함께 꽤나 쌀쌀하다 여벌옷으로 무장을 해도 파고드는 냉기를 이기지 못하겠다.

정상의 대피소에서 파는 막걸리 한통, 두부김치와 가져간 컵라면으로 대충 허기를 때운다.

갑자기 운무가 올라오고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태세다.

서둘러 내려 오는길, 정상을 뒤돌아 보니 석남사쪽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운문산쪽에서 부는 바람과

맞서 한창 실랑이를 하는중이다.

좌우의 대립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가지산은 구름속에 파묻히고 만다.

하산하면서 중봉에서 바라본 가지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운문산.

 

 

정상에서 본 재약산과 천황산 사자봉이 운무에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에서 바라본 지나온 중봉, 조금전 지나 올때만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구름속을 들락날락.

 

 

중봉 아래에서 바라 보이는 석남사 전경, 운문사와 더불어 비구니 사찰. 이곳은 아직 단풍이 절정이다.

 

 

 

 

산행 초입에서 만난 계곡엔 낙엽이 수북하다. 산길도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바스락 바스락, 스트레스 달아나는 소리처럼 맛있다.

 

 

 

쑥부쟁이, 산아래는 아직 갖은 꽃들이 얼마남지 않은 가을 해바라기에 열중이다.

 

 

가을을 봄으로 착각이라도 한 것일까. 석남터널 앞에 무리지어 핀 개나리.

 

 

철잊은 달맞이꽃. 어찌보니 이쁘다기 보다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산아래 내려와 올려다 본 가지산은 운무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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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길에 밟힐 때면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누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낙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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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기로서니 어찌 바람을 탓하랴...."

 

다음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지난 산행을 생각하면 일주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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