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불갑사의 꽃무릇

카테고리 없음

by 실암 2005. 9. 28. 17:00

본문

손까락 사이로 휑하니 빠져나가는 세월을 어찌 잡을 수 있을까!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아함경-

그렇다면 현실에 충실하라는 이야긴데.......

살면 살수록 쉬운일은 하나도 없고, 꼬이는 일이 더많은 법이다.

'이럴땐 냅다 어디론가 내 빼는 기다.'

50여년을 써먹은 몸이 삐걱거릴땐 짜증이 만땅이다.

추석부터 제 컨디션의 40^%나 될런지~ 영 말이아닌것을~~~~

하기야 연식이 좀 있다지만 하루하루가 우울할수 밖에 없는 것...

이렇다할 처방이 없는 것이 더 가슴만 답답하다.

스트레스와 긴장, 마음의 불안이 그 원인이라고....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 - 시기가 조금 늦었지만 그런대로 볼만했다. 여느해 보다도 붉은 기운이 뚝뚝 떨어진다.

더우기 짙푸른 잡초와 어우러져서 더욱 붉은 빛이 겁나부러 야!

 

 

꽃무릇 아래엔 닭의장풀 여귀풀, 바랭이, 쑥...등도 아침이슬의 보석을 달고 맞이한다.

 

 

옛날 어떤 처자가 수행하는 스님을 사모하였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저승길에 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스님이 참선하는 방 앞에 이름 모를 한송이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꽃무릇이라고....

 

 

불가의 지엄한 계율에따라 "이성을 경계하라" 는 의미로 스님 방 뜰앞에 이렇게 피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리 간절하게 그리워해도 이룰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였다하여 '상사화'라고도....

 

 

어느 스님의 사리탑앞에 홀로핀 꽃무릇이 처연하다.

 

 

봄,여름,가을.... 신록도 꽃도 다지고 나면 무슨 재미로 사는겨....

생활에 지친 가슴시린 겨울을 맞이한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제 내 안의 꽃을 피우면서 살아야지.......

내안에 잠들어 있는 붉은 꽃송이 하나 키우면서. 
                                                                 <2005년9월24일오전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