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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부전(羽化不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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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암 2022. 7. 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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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충을 촬영하다 보면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안타까운 모습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깨어날 때 날개가 훼손되어 불완전한 모습으로 놓여 있다. 다가가기만 해도 힘차게 날아올라야 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그 모습이 안쓰럽다.

   우화부전(羽化不全), 우화부전은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기 위해 날개돋이를 하다 실패해서 완전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변한 뒤 껍데기를 뚫고 나오기(우화) 위해서는 외부의 어떤 자극이나 충격이 없어야 한다. 온전한 몸과 날개를 얻기 위해서는 번데기 과정에 엄숙한 자숙과 완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위의 어떤 간섭이나 참견 없이 혼자 준비하고 다듬는 과정이 절대로 필요하다.

   산길에서 번데기를 만나면 호기심에 건드려 보기도 하는데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로 극도로 민감한 시기여서 번데기에겐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이때는 애벌레 시기에 섭취한 양분을 소화하며 성충이 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는 시기이고 침묵의 시간이다.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에 나오기 위한 내적 몸부림은 계속된다. 간섭 없는 외부의 무관심이 절실한 시기이다.

   마지막 스스로 살이 찢기는 고통을 감내하며 견뎌야 마침내 푸른 숲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화부전에 걸린 곤충은 엄혹한 야생에서 손쉬운 먹이가 되기 쉽다. 안타깝지만 이 또한 야생이다.

 

날개와 몸통이 찌그러져 겨우 움직이고 있는 우화에 실패한 분홍다리노린재

 

우화에 실패한 분홍다리노린재

 

우화에 성공한 극동왕침노린재가 자태를 뽑내고 있다.

 

갓 깨어 났지만 날개가 펴지지 않아 우화에 실패한 말매미

 

껍질을 뚫고 나왔으나 날개가 펴지지 않아 껍질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말매미

 

우화에 성공한 말매미 성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