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위 호수에 노거수가 반쯤 잠겨 있다. 부러진 몸으로 어렵사리 살아가는 버드나무는 설상가상 차오른 물이 벅차다.
2019년, ‘아홉수의 고통’일까 개인사는 물론 나라 안팎으로 팍팍한 한 해였다. 뒤돌아보면 웃음보다 시련과 아쉬움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만해서 다행이야’를 떠 올리며 더 큰 어려움이 없었음에 안도한다.
물론 해가 바뀐다고 동전 뒤집듯 상황이 일순에 바뀌진 않을 것이다. 겨울을 잘 견딘 노거수도 봄이 오면 잔가지에
잎을 밀어 올릴 것이다. 마주하고 있는 백양나무들도 때 맞춰 고사리 손을 흔들어 반길 것이다. 희망은 늘 곁에 있음에...
2019. 12. 4. 거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