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탄다.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굳은 바닥을 끌어안고
없는 습기 모아보지만 더운 바람 이겨낼 재간 없다.
겨우 남아 있는 한 모금 습기마저
맹렬한 열기가 빨아올리고
마른 잎 속속 늘어만 가고 숨이 가쁘다.
범접할 수 없는 가시로 무장한들
40도 넘나드는 열기와 긴 가뭄에는 속수무책
잿빛의 아픈 기억을 안고 스러져 간다.
목마른 여름이 너무 길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가면
생명 품은 넉넉한 푸른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뭄과 열기가 들판을 통째로 구워버릴 기세로 극한을 달릴 때 남부지방 한 저수지의 가시연꽃 자생지를 찾았다. 가시로 온 몸을 중무장하고 제 살을 찢고서라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모습의 가시연꽃이지만 여름의 긴 가뭄과 살인적인 열기에는 속수무책, 건조실에 던져진 담뱃잎처럼 누렇게 말라 널브러져 있었다. 이같이 극한의 마른 땅에서도 꽃을 피우고 서둘러 씨앗을 뿌리는 녀석도 있었으니, ‘그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라’는 명언과 같이 종족 보존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처연한 모습에 가슴 한편 찡한 감동과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불과 30여 분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조금만 더 지체하다가는 그 자리에 화석이 될까 두려웠다. 더욱이 혼자였기 때문이기도 한데, 내가 식물이 아니고 인간으로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인가.
2016. 8. 25. 경남 진주에서
<공감♥> 꾹~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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