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바위에 새긴 이름
실암
2006. 6. 27. 15:34
명산과 계곡의 잘생긴 바위에는 어김없이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자신의 이름이 천년만년 세상에 남길 바라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명이 없을 것 같은 돌도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다.
요지부동, 마냥 그대로일것 같은 바위도 태고의 빛깔로 스스로 갈아 입으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비바람 거친세월, 그 세월을 앞세워 깊은 생채기를 다스리고,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것이리라.
천길 벼랑 '천년바위'. 제살 녹여 생명을 키우는 애틋한 숨소리가 들리는것 같구나.
대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대장부의 이름은 사관(史官)이 책에 기록해 두고,
넓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지, 돌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날아다니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하다”고 꾸짖었다는데....
바위에 남긴 저 많은 이름중에 세상사람들은 과연 기억하는 이 있을까?
육산이라는 지리산, 그러나 천왕봉 정상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깍아지른 바위 벼랑과 심지어 사람들이 무수히 밟고 다니는 바닥에도 옛사람들의 이름이
수없이 새겨져 있다.
바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이들이나, 이땅을 밟고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이 번뇌를 끊고
해탈을 이루고자 힘겹게 올랐을까. 천왕봉에 올라 부처가 되고자 하였을까!
성불(成佛)하고자 벼랑에 매달려 한글자 한획을 온몸으로 팠을까.
<2006. 6. 3 촬영, 카메라 Nikon D70s, 17-5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