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이사

‘74년 해로 부부의 사랑가’

실암 2025. 1. 2. 14:27

‘74년 해로 부부의 사랑가

같은 해 태어나 같은 해에 돌아가시다.

 

19337월 아버지 태어나시고4개월 후 117일 어머니 태어나셨다동갑내기 부모님은 18세에 결혼하여 74년을 해로하셨다결혼 후 한 동네, 한 집, 한 방에서 기거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전날 밤에도 같은 침대를 쓰셨다. 아버지는 24세에 할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 되었다아버지는 20대와 10대의 세 동생을 책임져야 했고 슬하에 남매가 태어난 상태였다당시 필자는 어머니 배 속에 있었고 남동생 하나가 더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땅 한 평 물려받지 못한 상태였다아버지는 남의 땅을 부치며 어머니는 길쌈을 하며 연명했다마른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처럼 힘겨운 청춘을 보내셨다160센티도 안 되는 작은 체구였지만 작은 거인이셨다동생들 결혼시켜 분가시키고 자식 4남매 남 부럽지 않게 키워내셨다.

장년과 말년에는 라이온스클럽과 함창향교 유림으로지역 게이트볼 선수로 활발히 활동하셨다

힘든 삶은 몸을 혹사했고 늘 병마와 싸우셨다올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많이 힘들어하셨다.

올해 여름(2024. 7. 21) 아버지가 졸지에 돌아가시고 같은 해 겨울(2024. 12. 25) 어머니가 뒤따라가셨다.

아버지가 4개월 먼저 태어나셨고 어머니가 5개월 뒤에 돌아가셨다이 땅에 사신 기간은 약 한 달 차이, 거의 같은 세월을 세상에 계셨다인연도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싶다먼저 가신 아버지가 모셔 가셨는지, 어머니가 일찍 따라가신 것인지.

 

어머니를 아버지 곁에 묻고 집에 돌아와 유품을 정리하는데 느닷없이 까치 무리가 지붕위로 몰려들었다이렇게 많은 까치 떼가 함께 나르는 것은 생전 처음이다이렇게 많은 까치 떼가 함께 나르는 것은 난생처음 본다칠월칠석에 태어난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날 수 있도록 까치들이 다리를 놓으러 가는 것일까.

 

아버지 어머니 존경합니다.

고애자가 되어보니 부모님 사랑이 더욱 사무칩니다.

천상에서 두 분 손잡고 천세 만세 복덕을 누리소서.

둘째 아들 삼가 엎드려 빌고 또 빕니다.

 

 

https://youtu.be/vVOg4QNiksI?si=tkVf0Xupb4BXq9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