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눈의 오르가슴'

실암 2019. 9. 2. 20:21

8월 어느 날 지구가 태양의 가장 가까이로 공전하던 날이었다.

하루의 중심이었고 온도계가 나의 정상 체온과 키 재기 하던 날이었다.

태양은 가장 강한 열기로 수 분 안에 내 등을 굽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혀를 빼 물은 도사견과 같이 그늘 속에서도 내 입은 절로 벌어졌다.

그러나 숲은 강열한 태양을 흠모하듯 자신의 색을 120% 발현하고 있었다.

지치기는커녕 '요염한 자태'로 온갖 곤충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나 또한 곤충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살인 더위라는 것도 잊고 있었다.

태양과 일직선상에 놓인 꽃들의 속살을 보는 재미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너무나 강열한 대비의 녹색과 주황빛의 황홀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 그때 나는 알았다 눈도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것을.









2019. 8. 10. 강원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