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안개정국'

실암 2017. 12. 21. 18:10


날씨가 좋으면 여행의 절반은 성공이라고 한다.

모처럼 나간 해외여행 내내 찌푸린 하늘에 질척한 서비스로 기분이 상했다.

깊은 늪처럼 혹은 오래 청소하지 않은 수족관을 보는 것 같아서 호흡하기도 찜찜했다.


그 도시를 벗어나자 이내 먼지 낀 안경을 닦은 것처럼 너무 맑고 깨끗한 하늘에 눈이 부셨다.

나도 모르게 비행기의 쪽창을 닫고 눈을 감았다. 숨쉬기가 참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나 극히 짧은 순간 내 망막은 다시 '안개정국'에 휩싸여 있음에 놀랐다.

도시로 들어가는 하늘 어귀에서 바라본 세상은 '혼탁', 말 그대로 였다.

나의 시신경이 많이 둔해져야 할 시간이 다시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2017.  11.  22.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