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미안하다. 거미야!
실암
2015. 9. 18. 21:34
"무허가 건물은 철거 했는데, 무단점거자(?) 쫓아내기가 참 힘드네요."
매일 아침 철거를 하다시피 하는데 다음 날 아침이면 또 다시 집이 지어져 있습니다.
좁아터진 단간 방에 굳이 함께 살자고 하는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도 집안을 둘러보니 구석에 얼기설기 집을 지어 놓았습니다.
범인(?)은 제 집 가장자리에 없는 듯 숨어 있습니다.
팔다리가 너무 가늘고 핼쑥해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는 합니다.
오늘 아침도 집을 철거하고, 문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헌데 기어코 다시 문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닙니까.
너무 가냘파서 만지면 으스러질 것 같아 입김으로 불어서 내 보냈습니다.
두세 번 그렇게 내 보내도 막무가내 다시 들어옵니다.
갑자기 내려간 바깥 기온에 집안의 온기를 느끼는 가 봅니다.
급기야는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정하기에 집 앞 화단까지 가서 털어 내고 왔습니다.
서점 책꽂이를 대들보 삼아 집을 지어 사는 '거미' 이야기입니다.
책꽂이에 책만 가득하고 먹잇감은 어디에도 없는데 왜 그럴까요.
하기야 밤이면 모기가 더러 날아다니기는 합니다만 먹잇감으론 너무 빈약하고,
아마도 요즘 서점에 손님이 너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기온은 점점 내려가는데 같이 살아야 할까요.
아놔! 대략남감한 요즘입니다.
2015. 9. 16. 부산시 부산진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