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닉을 바꿨습니다.

실암 2013. 10. 25. 14:43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2005년 부터 인터넷 필명으로 '성마루'라는 별칭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닉네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성마루'라는 이름은 고향의 지명을 따서 지었습니다.
고향 마을은 나지막한 토성으로 둘러쳐져 있는데, 성을 넘어 들어 가는 고개를 '성말개'라고 부릅니다.
즉 '성의 고개 마루'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종손자(형님의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이름을 '마루'라고 지었습니다.
이미 '성마루', '한마루'(동생 가게 이름) 등으로 쓰고 있다고 귀띰을 했지만 호적에 올렸다고 합니다.ㅋ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인터넷에서 쓰는 별명이지만 손자와 같은 이름을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저를 대변하던 '성마루'라는 이름은 종손자에게 선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쓰던 아호 <실암(實菴)>을 오늘 부터 새 인터넷 필명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사진하기 전 취미로 서예 공부를 할 때 한학자이신 서예 선생님의 부친께서 지어 주신 이름입니다.
'우거진 나무에 열매가 가득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실암(實菴), 사람도 이름도 많이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 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

<갈대 / 정호승>

 

 

2013. 10. 17.  창녕 우포늪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