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손클로버의 일탈이 반갑지 않은 이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해의 작은 암자로 가는 길 가에 낯선 들꽃이 시선을 자극했다.
논둑을 따라 빽빽이 들어선 선홍빛의 들꽃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
언뜻 시골 장독대 옆에 심겨져 있던 붉은 맨드라미를 닮은 듯, 색감과 생김새가 비슷했다.
이곳저곳에 수소문 한 결과 '크림손클로버(Crimson clover)'였다.
크림손클로버는 녹비 작물로 이용하는 자운영처럼 잡초제거와 녹비작물로 들여온 왜래 도입종이다.
검색 결과 농촌에서 주로 잡초제거에 사용하는 부직포와 비닐을 대신하는 작물로 탁월하다고 소개되어 있다.
뽕나무(오디), 블루베리 등 과수 농가에 잡초 제거와 녹비 작물로 크림손클로버를 추천하고 있었다.
경관성과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와 죽어서는 퇴비로 활용할 수 있으니 과수 농가에 많이 심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크림손클로버의 잡초 발생 억제 효과가 85%라는데 잡초도 엄연히 이 땅의 주인일 터.
이 땅의 잡초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밀려나서 멸종위기 종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왜래식물은 곡물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알게 모르게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들여온 왜래식물이 흘러 나와 생태계에 심각한 폐회를 주고 있는 터라 지래 염려가 돼서 하는 말이다.
크림손클로버의 번식력도 대단하다는 평가인데 그 열매가 과수원 아래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고 사진에서처럼
논둑과 산야를 빠르게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크림손클로버를 두고 하는 예기는 아니지만 그동안 왜래종은 우리나라 생태계를 크게 교란하고 있다.
고유수종을 고사시키는 가시박(본 블로그 http://blog.daum.net/leemh/15847951 참조),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돼지풀, 줄기와 잎 뒤에 억센 가시가 있어 가축도 먹을 수 없는 도깨비가지 등은 번식력이 너무 강해
우리나라 고유의 풀과 꽃 등의 설 자리를 빼앗아 가는 무서운 생태교란식물들이다.
우리나라에 정착한 왜래식물은 300여종이 넘어 섰고 그 중에는 우리나라 들꽃 같은 낯익은 존재들도 많다.
자원 활용을 위해 들여오는 왜래 동식물의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고유 생물은 현재는 물론 우리 후손들과도 함께 살아가야할 이 땅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교란 야생동식물은 다음과 같다.
1) 포유류(1종) - 뉴트리아
2) 양서/파충류(2종) -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속 전종
3) 어류(2종) - 블루길(파랑볼우럭), 큰입배스
4) 식물(11종) -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2011. 5. 10. 경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