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복사꽃 피는 언덕
실암
2011. 4. 28. 16:23
해도 나오지 않은 이른 아침, 반곡지 제방에서 바라본 언덕은 복사꽃으로 붉었다.
안개만 자욱했다면 골짜기는 그윽하고 아득할 것 같은데 참 밍밍하다.
반곡지 건너편에 조각배만 있다면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상상할 수 있겠다.
어부는 수원지 건너 아름다운 복숭아꽃 동산으로 올라가 그 어딘가의 굴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난리를 피해 도피한 옛 진나라 무릉의 사람들이 찾아 들어간 도원향(桃源鄕)도 저같이 복사꽃으로 붉었을까.
온갖 험하고 혼탁한 세상이다.
실제 무릉도원이 있다면 찾아 나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화사하게 핀 분홍빛 복숭아나무 아래서 잠시 평화롭게 마음을 내려놓는다.
안평대군의 꿈에 나타난 '몽유도원도', 그 무릉도원이 내 꿈속에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천천히 세월을 걸어 복숭아 붉게 익는 날 다시 오고 싶다.
2011. 4. 23. 반곡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