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숲으로 피서를~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옮기는 것을 피서라고 합니다.
피서하면 으레 바닷가나 계곡을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더위가 싹 물러갑니다.
그런데 바다는 물에 들어 있을 땐 좋지만 나와서 소금물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종일 달궈진 몸은 귀가한 뒤부터 더위는 배가 됩니다.
피서지로 오가는 길의 열기와 기다림, 주차전쟁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시원한 생각이 갑자기 짜증으로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피서는 어떨까요?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로 샤워를 하고 편백나무 향으로 즐풍(櫛風-바람빗으로 머리를 빗는 것) 하는 것 말입니다.
휴일 모두들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서 아파트 주차장이 텅 빌 정도였습니다. 김밥 생수,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 뒷산으로 피서를 떠났습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만나는 즐친들과 함께 우리 집에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황령산 편백나무 숲으로 말입니다.
황령산은 400m가 조금 넘는 낮은 산이지만 남구, 수영구, 부산진구, 연제구를 안고 있는 부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령산 중턱엔 '바람고개'라는 곳이 있습니다. 바람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 주변은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6년부터 81년 사이 경제수림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76ha에 이르는 면적에 19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었습니다.
수령 30년에 20cm가 넘는 굵기의 편백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어 화창한 대낮에도 숲에 들어 있으면 어두컴컴합니다.
특히 항균 및 면역효과가 뛰어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로 알려지면서 곳곳에 편백나무 자연휴양림이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여름 숲은 온갖 벌레들로 머물기가 조심스럽지만 편백나무 숲은 벌레가 적고 불청객인 모기들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황령산 편백나무 숲은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산림욕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여름 한낮이라 숲이 한산합니다. 모두들 바다로 간 모양입니다.
숲에서 바라보니 소방도로는 열기로 가득합니다.
밖은 30도를 웃도는 찜통이지만 편백나무 그늘은 서늘합니다.
평소엔 이곳이 사람들로 가득한데 오늘은 여유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피서를 즐깁니다. 더위는 없었습니다.ㅎㅎㅎ
무엇보다 벌레와 모기가 없어 좋았습니다.
피톤치드는 사람에겐 유익하여 아토피 치료에도 매우 뛰어나지만 벌레와 모기는 싫어하는 물질이랍니다.
친구의 손자가 함께 왔습니다. 이 녀석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만 두살인데 말을 어찌나 옹골차고 빠르게 하는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자리 깔고 앉으니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맑고 시원한 편백나무 향이 심신을 편하게 합니다.
저 나무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했던가요. 손자의 재롱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젊은 '할비'입니다.ㅎㅎㅎ
젊은 '할미와 할비'
열기가 느껴지시나요? 숲의 안과 밖은 냉탕과 고온탕을 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추천 "꾹" 누지르면 시원해 집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