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꽃
고향집 토란이 꽃을 피웠습니다.
지지난해 추석 때였습니다. 토란대를 베고 있는 제게 어머니께서 "야야 올해는 토란이 꽃을 피웠단다.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하시더군요.
토란도 꽃을 피운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어떤 모습인지 몹시 궁금했습니다.아쉽게도 지난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십 수 년 동안 마당 모퉁이 같은 자리에 토란을 심어 왔는데 한번도 꽃을 보지 못했으니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가을에 알뿌리를 거둬
얼지 않게 갈무리해서 봄에 심어 왔습니다.
마치 큰 배추뿌리 같이 생긴 어미토란을 중심으로 많은 새끼 토란이 달리는데 일부는 식용하고 어린 몇 개를 놓아두었다가 심습니다.
토란도 대를 이어 고향집을 지키고 있는 샘이지요. 그런데 올 추석에는 반가운 꽃을 피웠답니다.
추석전날 도착하니 두 그루가 꽃을 피웠는데 다 지고 마지막 한 송이가 아슬아슬하게 꽃을 달고 있었습니다.
추석날이 하루만 더 멀었더라면 올해도 아쉽게 꽃을 보지 모할 뻔 했습니다.추석 당일엔 그마져도 지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토란은 덩이뿌리 식물로 대부분 자양분을 뿌리에 두고 있어서 여간해선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100년 만에 꽃을 피운다는
말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토란꽃을 보면 주인이나 손님이나 다들 행운을 받는다는 말이 있답니다.꽃말이 "행운". "당신에게 행운을 드립니다"랍니다.
토란은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고온의 여름철을 난 가을에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아마도 그동안 그런 기후를 만나지
못한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올해는 이곳저곳에서 토란꽃을 봤다는 뉴스를 적잖이 접했습니다.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변해간다고 하는데 혹 기상이변의 일환이
아닐까를 생각하니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닐 것 같기도 한데 저만의 기우이길 바랄 뿐입니다.
토란꽃이 피게 하려면 어미토란을 씨 종자로 보관했다가 다음해에 심으면 된다고 하는데 내년엔 그렇게 하시라고 전화를 넣어야겠습니다.
2009. 10. 2 경북 상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