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雜記

바람의 그림

실암 2008. 12. 3. 18:12

사막의 폭풍이 다대포로 몰려 온 날
강풍에 실린 고운 모래가 칼날처럼 일어섰다.
모래는 길고 깊이 날았고
희뿌연 햇살과 함께 어둠에 잠겼다.

 

조각칼의 바람은 백사장을 도려내고
빛은 신 새벽 맑은 물감으로 붓질을 한다.

 

모래가 쓸려나간 자리에 드러난 아픔 같은 생채기
옮겨진 모래는 빛을 머금고 결 고운 무늬로 탄생한다.
물결과 비늘과 빨래판 같은...
바람과 파도 그리고 빛이 함께 버무려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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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강풍은 어디가고 파도도 숨을 죽입니다.
이른 아침 다대포 백사장은 고요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바람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간밤에 모래가 많이 쓸려 나가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모래가 쓸려나간 자리에는 달의 표면 같기도 하고
사막의 작은 언덕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생성과 소멸, 생성이 소멸이고 소멸이 곧 생성이 아닐까요?
다시 바람과 파도는 결 고운 그림을 그리겠지요.
문득 그림으로만 본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에 가고 싶습니다.

 

 * 데스밸리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동부, 네바다 주와의 경계에 있는 분지. 

대부분이 사막이며, 높이 2,000~3,000미터의 산지에 싸여 있다.

                   개척기에 여행자들이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르며 무서워했던 곳. <다음 사전에서>

 

 

 

 

 

 

 

 

 

 

 

 

 

 

 

 

 

 

2008. 11. 30 (일) 다대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