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망태버섯
말뚝버섯과의 버섯
버섯의 여왕이라는 흰망태버섯을 만났다.
이 버섯은 6, 7월 장마철 비가 많이 온 뒤의 오래된 대나무숲에서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에 자태를 드러낸 뒤 오후에는 녹아 버리는 하루살이 버섯이다.
땅속에서 큰 달걀 같은 덩어리가 생겨 윗부분이 터지면서 버섯이 솟아 나온다.
10∼20㎝정도 순백색의 자루가 곧게 뻗어 나오고 속은 비어 있다.
이후 망태 같은 수많은 다각형의 소실(小室)을 위에서 아래로 펼친다.
삿갓처럼 보이는 머리 부분은 점액포자로써 주름이 잡혀있고 매우 역한 구린내가 난다.
이 머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식용으로 쓰이는데 1970년대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 버섯으로 만든 수프를 맛보고 극찬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자생지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오전 11시경에야 도착하여 더 좋은 모습은 담지 못해 아쉽다.
일찍 도착했다면 올라오는 모습부터 지는 모습까지 인터벌로 담을 수 있었는데....
흔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촬영하기가 그리 녹녹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어둡고 습한 곳에 자라고, 무엇보다 모기들의 극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바탕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모기들에게 회식상을 차려 준 뒤에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순백의 망사 같은 치마를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같은 모양으로 망사가 노란 <노랑망태버섯>은 소나무와 잡목 숲에서 볼 수 있다. <본 블로그 (들꽃뫼꽃/2007.09.26) 참조>
어둔 대숲 속 빛살과 빛살이
교차하는 듯 동이 틀 무렵,
찬 이슬보다 먼저 산에서 내려온 흰망태버섯
사변 때 폭사했다던 당숙님 돌아왔다고
흰 공단에 망사포 곱게 차려입고 돌아왔다고
사잣밥 부리나케 차려 대밭으로 달려갔더니
홀연 사라져 버리고 없는,
살아있는 이 몹쓸 년 죄가 크다고
바람벽에 머리를 찧으며 통곡한 당숙모
죽었는지 살았는지 오십년 소식도 없는
검은 맥고모자의 무정한 사내 하나이
깊은 대숲 검푸른 마디에 숨어 있다가
그믐달빛에 동네 한바퀴 둘러보고
새벽녘 밥 한 그릇 먹는 둥 마는 둥 훌쩍 산허리를 넘어간
추월산 산사람 그 영혼의 빛,
죽창竹槍의 혼.
<흰 망태버섯 / 나종영>
* 2008. 07. 01 촬영